집이 없는 무주택자들은 안주할 곳을 마련해 달라고 무리를 지어서 정부에 항의 시위를 합니다. 구조조정으로 감원된 사람들은 앞으로 어디서 일자리를 찾게 될지 몰라 조급해 합니다. 길거리를 떠도는 노숙자들은 매일 경찰에 쫓기고 있고, 집이 있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생활하는데, 먹을 음식과 잠잘 곳의 해결은 최소한의 요구사항입니니다. 어떤 이는 몸과 마음을 고층 아파트, 고급 빌라에 얽매이고 있는데, 만약 그 집에 불이라도 나면 어쩌겠습니까. 또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찌 되겠습니까?

어떤 사람은 라디오, 음악, 남들이 하는 말, 새가 지저귀고 벌레가 울어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소리가 지나가 버리고 나면, 또 어떻게 시간을 보낼 건가요?
[금강경] 에서 부처님께서는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법(法) 등 육진(六塵)의 세계에 머무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몸과 마음은 도대체 "어디에 머물러야 하는 것(云何應住)"입니까?

어떤 사람은 매일 돈만 쫓는데, 돈에 영원히 머무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돈은 여러 사람이 같이 갖는 것이고 흘러 왔다가 흘러 가버리는 흐르는 물과도 같은 것입니다. 돈은 단지 사람들에게 벌고 잃는 걱정만을 안겨줄 뿐이지, 안주하게 해 주지는 않습니다.

애정에 안주할 수 있겠습니까? 모였다가 흩어지는 구름과 같은 애정은 세상살이 속의 애증을 견뎌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회에는 이혼, 유기, 간통 등이 끊이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사업에 안주한다고 합시다. 날마다 여기 저기로 뛰어 다녀야 하고, 심지어 밥조차 집에서 먹지 못하니 가족과도 흩어져서 살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학문에 안주하고 있는데, 학문이란 좋은 것이지만 공부벌레가 되어버린 사람도 있으니, 이도 그리 좋다고는 못하겠습니다. 신앙에 안주한다고 하더라도 만약 잘못 믿게 되면 미신이고, 삿된 신앙이 되니, 더욱 심각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 방편으로 말한 모든 것들을 일반 사람들은 정정당당한 자신의 마음자리, 행복, 욕구 등 등이라고 생각하지만 완전히 적절한 것이 못 되는데, 하물며 여법하지 않은 마음자리에 안주할 수 있겠습니까?

여법하지 못한 마음자리란 온 정신을 먹고 마시고 노는 물질 생활에 쏟는 것으로 결국은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게 되고, 여러 부류끼리 어울려서 온갖 향락만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결국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게 됩니다.

 

 산과 물, 자연에 빠져서 사는 사람도 있는데, 산과 물은 대자연의 것으로 우리들이 개인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명 부귀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명예는 한밤의 꿈과도 같고, 부귀는 9 월달 서리와도 같다"는 말처럼 모두 다 우리들이 연연해 할 것이 못 됩니다.

우리는 도대체 "어느 자리에 머물러야 할까요?" [화엄경]에 "상락유화 인욕법, 안주자비 희사중(常樂柔和 忍辱法, 安住慈悲 喜捨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드러움과 인욕을 항상 즐겨 행하면서 자비희사를 생활화하는 것으로써 몸과 마음이 머무르는 자리로 한다면, 바로 자신이 안주할 자리를 찾은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영원한 고향인 것입니다.